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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30 01:12

마이 파더 - 황동혁 (2007) 파장 波長

마이 파더

황동혁


2009-09-29 불 밤 @내 방

가슴보다 머리를 흔드는 영화.
다니엘 헤니가 정말 연기를 잘 하시네요.

영상 언어라는 측면에서 연출력이 뛰어나다고 느꼈지만, 실화와 무엇보다도 TV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그대로 가져온 내용적 요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나니 실망스럽다. 영화에서 TV 시리즈 이상의 사유가 부재하고, 관객의 사유의 여지는 오히려 더욱 제한하고 있으니. 사형수 미화와 피해자 가족들이 받을 충격과 상처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진실을 알고 나서도 제임스가 왜 친부도 아닌 살인마의 호적에 자신을 입적시키는 정도로까지 가족애를 품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공감하기가 어렵다. 그런 상태에서 황남철의 부성애만 신파조로 처절하게 부각시키니, 이후로 내 가슴이 아닌 머리가 더 많이 움직였다. "그(황남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라는 신부의 대사도 너무나 위험하다.

가족, 부자관계, 뿌리찾기, 정체성 등의 문제를 떠나 사랑 자체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타민족 타국에 입양된 아이에게 주어진 괴리감과 이타성으로 인하여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얼마나 많이 겪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부모로부터 헌신적인 사랑을 받은 제임스는 그렇게 숱한 좌절과 불안 속에서도 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인 사랑을 배운 셈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받고 배운 사랑을 누군가에게 그대로 베푼 것이리라. 그렇다면 유전자 검사 결과는 의미가 없어진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가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그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말이나 생각이 아닌 실천으로. 내 기준으로 이 정도면 그는 살아 있는 성자가 아닌가 싶다. 감형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일종의 섣부른 가족 이기주의가 아니라 그의 사랑과 용서에 대한 절대적 가치관이었던 것 같다. 사랑을 받는 데 어떠한 자격 요건이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혈연일 필요도, 머리카락색이 같아야 할 필요도 없듯이 착해야 한다거나 살인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도 없다는.

영화가 제임스의 갈등과 고통을 보여 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몇 리뷰어들의 말대로 사건 자체보다는 그의 내면과 심리의 흐름을 보다 진정으로 전달했었으면 싶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슬펐을 때는, 제임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며 울 때였다. 그리고 "아버지, 사랑합니다."보다 "그래도 사랑합니다."라는 대사가 훨씬 더 가슴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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