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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3 03:40

Public Enemies - Michael Mann (2009) 파장 波長

Public Enemies
퍼블릭 에너미

Michael Mann

http://en.wikipedia.org/wiki/Public_Enemies_(2009_film)


2009-08-28 쇠 저녁 @아트레온: 보물

사랑하는 감독에 배우라 기대했었지만, 먼저 본 야생의 말을 듣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조직력과 자동차를 이용한 신속하고 계획적인 범죄 유형의 시초라는 John Dillinger (Johnny Depp 분). 그러나 범죄 영화라기보다는 차라리 사랑 영화. 그리고 그보다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고 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 개인들의 심리와 신념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실화임에도 사회 구조나 시대 상황 등을 생략한 접근이 더욱 그러한 느낌을 부추긴다.

알고 있었지만, 만은 이상주의자이다.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그에게도 죽음이나 희생 따위에는 비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 많은 것이다.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들이 늘어만 가는데, 그럴수록 내게 소중한 가치들이 더욱 단단한 껍질을 입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그러다 보니 이상은 괴리된 현실로, 현실 도피로, 자기 부정으로 이어지는지도 모른다. 나와 눈을 맞추고 말을 건네는 이들 중 그 누구도 내게 동조하지 않는데도. 심지어, 세상에 나보다 더한 이상주의자들이 살아 가고 있음을 알아도 그 중 하나라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 말이다. 아니, 그저 난... 어떤 여자들이 남자의 '길고 흰 손'이나 '드라마틱한 주차 실력' 등에 반응하듯, 내가 꼼짝 못 하게 되는 두 개의 문장을 영화에서 조니가 말했다는 사실에 흥분한 것일까?

조니 뎁 (Johnny Depp)은 기존의 개성을 완전히 자제했다. 무력하지만, 누군가를 믿어서, 자신이 좋아서, 선택을 한다. 무력하지만, 무모해서는 아니다. 남들은 어리석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착각해서도 현실을 몰라서도 아니다. 고리타분한 여성성을 가진 나는 '그런 게 남자지.'라고 생각한다. 마치 삶에 대한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 못 하겠으니까. 선악과 우월의 구분이 타인의 판단과 결과적인 득실에 의해 정해진다는 믿음을 이해 못 하겠으니까. 그리 현명하고 신중하게 지키는 그것이 무엇인가요?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모자란 짓이고, 타인의 희생을 감수(?)하는 자신을 동정하는 것은 어른스러운 일인가요? 묻고 싶지 않다.

크리스천 베일 (Christian Bale)은 캐릭터가 약하긴 했다. 하기는, 멜빈 퍼비스(Melvin Purvis)가 존 딜린저와 양극을 이루는 대립적 인물도 아닌 바에야. 만에게 있어 형사와 범인은 선악의 구도를 이룬다기보다, 직업이 형사가 된 누군가와 하는 일이 범법인 누군가가 자신의 뜻과 마음에 따라 다른 누군가들과는 달리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인간 유형에 속하는 인물들이 된다. 히트 (Heat)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 실망했다는 이들은 두 명의, 또는 적어도 한 명의 영웅을 기대했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 대중들에게서 영웅 취급을 받았던 딜린저를 얼마나 평범하게 그렸는지를 보라. 그 어떤 이는 영웅적이라서가 아니라 그만의 이유로 다른 선택을 한다. 멜빈 역시 전지전능한 정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자살로 생을 마친 고달픈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의 검은 새' 빌리 (Billie Frechette)가 측은하지 않고 부러운 것은 나의 슬픈 변화이고... 감시를 빠져 나온 기지나 고문을 견디는 용기도 인상적이지만, 감옥에서 변호사를 통해 그녀의 그에게 보낸 메모에서 빌리의 여성미가 절정으로 빛난다. 그런 여자를 안이하게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품으로 감싸는 존의 마음도. 서로의 희생을 전혀 아깝지 않게 만드는 사랑. 둘에게는 타인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수감에도 불구하고,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지는 무언가가 있다. 장밋빛 인생 (La Vie en rose)에서의 폭발적인 매력에도 몰라 봤던 Marion Cotillard의 미모를 실감했다.

그나저나 내가 지금 이런 걸 적고 있을 시간이나 체력이...
더군다나 아무 것도 희생하고 있지 않은 이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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