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남지현 [시간의 여울] 동침 同寢

시간의 여울
이우환 지음, 남지현 옮김 / 현대문학


출판사 현대문학 소개 보기

원서: 時の震え 
출판사 みすず書房 책소개 보기


2012-01-25 to 2012-01-27

조예가 깊다거나 추종자라고는 하지 못 해도 그의 회화와 조각, 설치 등을 어린 시절부터 보아 왔던 터라 작가가 철학을 전공했다는 사실 등 몇 가지 배경과 맞물려 심오하고 투철한 사유의 기록 정도일 것이리라 예상하고 책장을 펼쳤다. 그리고 처음 몇 편은 그러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작가의 감수성과 사색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아침의 광기'에서 이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글을 위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곰팡이 핀 사과'의 공감각적인 필력에 부딪히고는 더 이상 미술가의 수필이기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문학가로서의 정체성을 감추지 않았고, '발굴 작업'에서 폭로한 자신의 광기나 '겨울 이야기'에서 고백한 욕망 등 그저 진솔하다거나 환상적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일종의 소설의 장르적 미덕까지 갖추고 있다. 일본의 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뱀'은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내 마음에 가장 들어온 '작품'은 2장의 첫번째 글인 '도쿄에서'이다. 결국 이것은 현대문학적인 감각이 아니라 현대문학인 것이다. 묘하게도 이상, 카프카 등이 연상되었지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정말 실화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렇게, 나는 작가가 일본의 모노하(물파)를 주도하고 현대 전위미술에 하나의 이론적 기조를 제시하고 국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통해 실천적 탐구와 도전을 거의 탐욕적으로 지속해 왔으며 젊은 세대에게는 가끔 위인으로까지 여겨지는 원로 작가 Lee Ufan 임을 망각한 채, 마치 현대문학계에 등단한 지 얼마 안 된 신인 작가의 데뷔작을 읽는 설레임과 추앙심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1934년이란 생년이 믿기지 않는 신선한 감각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역자의 말대로 책갈피가 넘어가는 것을 아까워 하며 '여행과 사건'이란 제목의 2장을 맛있게, 때로는 은밀히 공감의 시선을 주고받을 때의 짜릿한 미소를 지으며 때로는 폭소가 터져 자리에서 거의 구르며 읽었다. 그러는 동안, 작가의 지적대로 어느새 자전적인 빛깔을 띠게 된 내면의 기록을 통해서 하나의 인물상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구축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작가의 문학성에 도취된 나에게 후반부 3장, 4장은 다시 너무 냉철해서 한껏 들뜬 마음이 무안할 지경이었다. 자아의 벽을 끊임없이 허물고 의심하고 뚜렷이 지각하고 다듬는 모습은 자연히 그의 미술 작업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것은 정말이지 모범적인 모습이다. 한국성과 일본성, 서양성과 유럽성에 대한, 사회와 역사와 정치에 대한 작가의 갈무리는 피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오히려 오해의 여지 없는 명확함으로 전달되고 있다.

수필집 <시간의 여울>은 작 중 여러차례 언급된 한국 밥상의 성격을 많이 닮아 있다. 그리고 그 상 위에는 일본식 커피와 프랑스의 푸아그라도 아무런 생경함 없이 놓여 있는 듯 하다.
 


(덧: 우리 문장의 구성을 깨고서라도 일본어 원문의 문체를 그대로 살리려 한 역자의 분투가 느껴지는 번역이다. 그러나 오자가 너무 많다. 단어 하나하나가 작자와 역자의 실존에 대한 집착이 실감나는 자리매김을 당한 터라 마치 청량한 시냇물에 난데없이 떨어져 꽂히는 녹슨 창처럼 읽는 흐름을 지극히 방해하고 있다. 출판사의 명성(?)을 생각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편집이다. 2009년 8월 초판이니 이후에라도 오자 수정이 되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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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Me Tell Me: Australian and Korean Art 1976-2011 소통 疏通


Tell Me Tell Me: Australian and Korean Art 1976-2011
텔미 텔미: 한국-호주 현대미술 1976-2011

2011.11.10 - 2012.2.19
국립현대미술관 제1,2전시실/중앙홀



2012-01-14 흙 낮: 파파

5시부터 도슨트 가이드에 편승, 그리고 국가대표 작가와의 2회전.

공무원적인(?) 입김이 작용한 기획일 거라 짐작하고 시들했던 마음에 살짝이 뒷통수를 맞았다.

양국 모두 70년대 작품이 좋았다. 
좋더라라는 말이 무식하게 들릴 정도로, 그들은 이제 역사책에 나오는 대가들이 되었다.
누가 보아도 그 시기의 현대미술에는 다양하게 폭발적인 전진들이 있었다.

그 부분은 이미 역사적으로 (정리까지는 아니라도) 확인된 것이고, 그래서인지 편수가 많았고,
다시 시간을 건너뛰어 2천 년대 작품들도 많았다. 국내 뉴미디어 씬과 겹치는 인터랙션 또는 비디오 작업들.
그 간극 때문인지, '만남'과 '소통'을 주제로 '한류'를 반영한 슬로건과 현대미술사를 일괄하려는 시도가 나쁘지 않았지만 시도에 그쳤다는 느낌이 있다. 
   

깊은 회의를 가지게 하는 대중문화 속 미디어 아트보다는 현대미술 안에서의 오히려 천진한 모색들이 편안하게 다가오리라는 걸 계속 부정해 왔음은 커다란 잘못이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칩거하기로 한다. 눈을 돌리기 위하여. 반대 방향으로 떠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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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Große Stille 위대한 침묵 - Philip Gröning (2005) 파장 波長

Die Große Stille
위대한 침묵
Into Great Silence

Philip Gröning

- http://www.imdb.com/title/tt0478160/
- http://en.wikipedia.org/wiki/Into_Great_Silence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8666


2011-12-25 밤 @거실: 뮤젠, 야생

제목 때문에 오지에서 묵언 수행하는 수도사들의 엄격하고 고독한 구도기일 거라 짐작했었지만, 유연하고 독립적인 생활 속에서 오히려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진다. 최상의 자유를 누리며 거의 완벽하게 개별적인 행로를 걷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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